마리골드? 골드마리?
처음 듣다 보면 귀에 익숙하지 않아 이름의 순서가 다소 헷갈리는 꽃이 있습니다.
화단이나 텃밭에 몇 그루만 심어 놓으면 가을에 자연적으로 씨앗이 떨어지고 발아율도 좋아 이듬해 봄에는 꽃밭 가득 환한 꽃들을 감상할 수 있는 꽃, 마리골드.
원산지는 멕시코를 비롯한 북미 지역이라고 하는데요, 꽃도 예쁘고 번식력도 좋을뿐더러 볕이 잘 드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잘 자라서 우리나라에서는 공원의 화단이나 산책로 등에 요즘 들어 많이 심고 있는 꽃 중 하나입니다.
화초의 키가 30~50cm 정도로 크지 않고 개화 기간이 길어서 초여름부터 늦은 가을까지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데요, 품종에 따라서 천수국 혹은 만수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싶습니다.
마리골드의 줄기나 꽃을 만져보면 마리골드 특유의 독특한 향이 나는데요, 시골에서는 이 냄새를 뱀 같은 위협적인 동물들이 싫어한다 하여 담장 밑이나 텃밭 등에 무리를 지어 심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는 눈 건강에 특히 좋은 루테인과 지아잔틴 이라는 성분이 마리골드의 꽃잎 속에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이 일부러 찾는 귀한 꽃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눈 건강뿐만 아니라 감기를 예방하고 소화 기능을 돕는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하는데요, 드물게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어서 사람에 따라서는 알레르기가 일어날 수도 있고 임산부나 모유 수유 중인 분들은 될 수 있으면 드시지 않는 게 좋다고 합니다.
마리골드꽃으로 차를 만드는 방법은 다른 꽃으로 차를 만드는 것에 비해 비교적 간단한데요, 집에서 흔히 쓰는 찜기나 냄비 철망 면포 등을 준비해 두고 찜기나 냄비에 딱 맞는 뚜껑도 필요한데요, 뚜껑은 될 수 있으면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안의 내용물 상태를 맨눈으로 확인하기 쉬운 유리로 된 것이 좋습니다.
재료와 도구가 준비되었다면 이제 찜기나 철망 위에 면포를 깔고 뚜껑을 덮은 후 수증기가 생길 때까지 물을 팔팔 끓여 주세요.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면포 위에 미리 채취해서 깨끗이 씻은 후 어느 정도 물기를 제거한 마리골드꽃을 송이째 올려 쪄주면 되는데요,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올리면 마리골드꽃이 쪄지는 속도가 일정하지 않아 부분적으로 너무 쪄지거나 반대로 덜 쪄질 수 있으므로 한 겹이나 두 겹 정도로 꽃을 올리는 것이 적당한데요, 뚜껑을 닫고 대략 40초에서 1분 정도면 꽃이 쪄지게 됩니다.
찐 꽃은 바로 꺼내어 채반에 펼쳐 놓고 부채 등을 이용하여 열기를 바로 식혀 주고, 열기가 식으면 한 송이씩 펼쳐 널어 바람이 통하는 반그늘에서 말려 주세요.
수분이 마르는 동안 꽃이 채반에 들러붙어 나중에 꽃잎이 상할 수 있으므로 꽃을 수시로 뒤적여 주고 그때마다 꽃의 상태를 확인해가며 완전히 마르기 전에 꽃잎의 모양을 예쁘게 잡아 주면 됩니다.
꽃이 어느 정도 말랐다 싶으면 가정용 건조기에 넣거나 햇볕에 다시 한번 바짝 말려서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수분을 완전히 제거해 주신 후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해 주면 됩니다.
머그잔에 완성된 마리골드꽃 두세 송이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약 1분 정도 지나면 마리골드꽃 차가 우러나게 되는데요, 마리골드 생화의 강한 향은 사라지고 은은한 향과 빛깔이 우러나서 머그잔이 아닌 투명한 유리 다기에 우려 드셔도 근사한 꽃차의 매력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비교적 쉽게 재료를 구할 수 있고, 누구나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으며 몸에 좋기까지 한 마리골드꽃 차. 계절이 다하기 전에 다정한 사람들과 어울려 만들어 같이 나누는 즐거움은 야생초 차 만들기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행복입니다.
이용성
1968년 전북 대야 출생.
쓴 책으로는 '야생초 차 –산과 들을 마신다'가 있다.
철 따라 야생초 차를 만들고 바느질로 마음공부를 하며 현재는 충남 서산에서 전원카페 ‘흰 당나귀’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