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이 농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전환
지난 9월14일 서울 양재동 aT 센터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주최로 개막한 ‘2023 대한민국 농업 박람회’는 ‘농업의 가치와 꿈을 보다’란 주제로 열려 우리의 농촌 및 농업이 첨단기술 보급 및 기후환경 변화에 따라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박람회에서는 농민을 대신한 농업용 드론이나 로봇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IOT, AI 등 4차 산업 기술을 앞세운 젊은 벤처기업들이 스마트팜으로 농사에 도전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같은 분위기와 별도로 박람회장 한쪽에 마련된 ‘귀농·귀촌관’에서는 농촌지역 지자체들이 각종 지원 혜택을 앞세워 도시민들을 농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고, 청년농 인구가 채 1만명도 되지 않는 농촌에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해 유기농 먹거리와 각종 농산물 가공식품 개발,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한 청년 창업농들의 다양한 활동도 소개됐다.
자본과 산업화에 버티며 전통산업을 지켜온 농촌의 변화는 어쩌면 불가피한 현상일지 모른다.
현재 우리의 농촌지역은 전 국토의 30%를 차지하고 있지만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농업인구는 갈수록 감소해 전체 인구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농민들의 평균 연령도 67.8세에 달해 농촌 소멸 현상이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되면서 농업과 농촌의 변화는 심각한 과제가 된 지 오래다.
특히 주식인 쌀 소비 감소 등의 영향으로 상당수 농토는 채소류 등 특용작물과 과실수 재배단지로 변모하고 있고, 정부는 1차 산업에 머물던 농업을 제조업(2차), 유통 서비스업(3차)과 연계한 농촌융복합산업인 6차 산업으로 이끌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4차 산업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일부 혁신적 농업 벤처기업들의 주도로 노지와 비닐 하우스에서 이뤄지던 농사 대신 소비자와 가까운 도시근교에 컨테이너 등 큐브형 모듈을 통한 대규모 식물공장을 지어 생산, 유통하는 스마트팜 시대로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박람회 기간 중 열린 ‘NEW AG WAVE 컨퍼런스’도 이같은 농업의 변화를 여실히 반영했다.
지난 9월15일 오전 열린 컨퍼런스의 기조 강연 주제는 ‘웹3.0과 메타버스의 시대, 농업의 혁신과 미래’, ‘팜 비즈니스 창업디자인’으로 모두 4차 산업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섰고, 오후에 열린 2개 섹션의 주제도 ‘신기술 혁신과 미래 농업’, ‘인류 최후의 블루오션, 팜 비즈니스’ 로 정해 주로 빅데이터와 IOT, NFT, AI 기술 등으로 무장한 젊은 벤처기업인들이 발표와 토론을 주도했다.
농업박람회장이나 컨퍼런스 어디에도 흙냄새 나는 전형적인 농민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이날 컨퍼런스에서 모듈형 식물공장을 운영하는 엔씽의 김혜연 대표는 “대다수 사람들이 교육 문화 의료 등 각종 현대문명이 밀집된 도시에 살고 싶어하는 현실을 감안해 이제 농촌과 농업을 분리해 생각해야 할 때”라며 ‘농업을 생산과 물류, 에너지가 결합된 미래 산업’으로 육성할 것을 강조했다.
AI기반 스마트팜 운영 솔루션 업체인 어밸브의 이원준 대표는 인공지능기술을 통해 농업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스마트팜 영농기업들은 자연재해 등 급격한 기후변화, 장시간 육체노동, 재배 작황 및 및 유통 환경에 대한 불안 등 농업의 전통적 한계와 고민에 대처해 일반 제조업처럼 하나의 산업으로 규정하고,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밀폐된 자동화 식물공장에서 균질의 농산물을 대량생산하는 시대를 열어가려 하고 있다.
스마트팜이 열어갈 미래에는 농촌이 아닌 도시 근교에서, 농민이 아닌 4차 산업 엔지니어와 기업이 농업의 주체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그러면 조상 대대로 농토를 일구던 농민이 사는 지금의 농촌은 어떻게 달라질까.
농민의 평균 연령이 70, 80세가 되는 10년, 20년 뒤 농촌에서는 누가 살고 있을까.
어쩌면 농업에서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는 청년 창업가, 멋진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농 귀촌 상담 창구를 찾는 백발의 은퇴자, 지친 도시생활을 접고 다시 고향을 찾는 귀향인들 사이에서 ‘농업의 가치와 꿈’을 찾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비인간적 물질문명의 도시를 대신해 자연과 생태의 농촌이 부활하는 꿈, 21세기 문명의 대전환을 상상해본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텃밭에 나가 한여름 무성하던 고추와 오이밭을 정리하고, 배추 모종을 심고 무씨를 뿌리는 이 일이 새삼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선돌 최헌(시티팜뉴스 발행인), cityfarmer23@naver.com
최신 농업정보를 읽으며 미래의 농업환경을 생각해 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