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의 계절, 가을을 마신다.
아무래도 가을은 국화의 계절입니다.
품종이 워낙 다양해서 크기며 모양 색 등이 다양하기도 하지만 가을이면 구절초며 쑥부쟁이 등 국화와 비슷한 모양의 꽃들까지도 들국화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불리는 까닭에 온 산천이 국화 천지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흔히 국화 하면 노란색이나 하얀색을 연상하기 쉬운데요, 국화는 우리나라에만도 약 1000여 종이 있을 정도로 품종이 다양한 만큼 꽃의 크기나 색깔도 천차만별입니다.
국화는 초가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품종에 따라서는 서리는 물론이고 눈 속에서도 꽃이 피어 있기도 할 정도로 개화의 기간이 길고 특히 그 향기가 좋아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꽃인데요, 사람들의 국화를 향한 지극한 사랑이 가을 한 계절로는 부족하였을까요?
절정기에 이른 국화를 채취하여 차로 만들어 두면 사계절 내내 국화의 화려한듯하면서도 수수한 자태와 국화 특유의 향기를 두고두고 즐기실 수 있습니다.
국화차는 특별한 부작용은 없다고 하는데요, 모든 음식이 그렇듯 임산부는 본인의 체질이나 평소 향기에 민감한 정도 등을 고려하여 주의하는 게 좋고요, 특히 평소 국화과 식물에 알레르기가 있는 분이라면 드시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국화 중에서도 그 크기가 작으면서도 향기만큼은 어느 품종보다도 진해서 국화 향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차로 만들어 드시기에 적합한 품종으로 산국이 있는데요, 산국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고 군락을 이루고 있는 탓에 꽃을 채취하기에도 수월합니다.
산국을 채취할 때는 아침 이슬이 다 마르기를 기다려 채취하는 게 좋은데요, 꽃에 이슬이 맺혀있는 상태에서는 벌레나 기타 이물질들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산국으로 차를 만들 때는 냄비에 물을 붓고 짠맛이 약하게 느껴질 정도로 소금으로 간을 한 후 팔팔 끓여 그 안에 깨끗이 손질하여 씻은 산국을 넣고 데친 후 찬물에 담가 식힌 다음 물기를 제거한 후 말리면 되는데요, 말리는 중간중간 꽃송이가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손으로 잘 뒤적여 주어야 합니다.
꽃잎이 바짝 마르면 용기에 보관한 후 생각날 때마다 우려 드시면 되는데요, 찻잔에 산국 7~10송이 정도를 넣고 그 안에 뜨거운 물을 부은 후 1분 정도면 충분히 우러납니다.
산국은 차로 만들어도 그 향이 강해서 더러 드시기에 불편할 수도 있는데요, 은근한 향을 즐기고 싶다면 처음 우린 물을 버리고 다시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우려 드셔도 좋습니다.
산국이 하도 예쁘고 그 향이 좋아서 가을이면 산국을 꺾어 우체국에 가서 그리운 사람에게 소포로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 꽃이 그 꽃이라 하겠지만, 보내고 받는 그 마음 따라 꽃도 그 꽃이 그 꽃은 아니겠지요.
이용성
1968년 전북 대야 출생.
쓴 책으로는 '야생초 차 –산과 들을 마신다'가 있다.
철 따라 야생초 차를 만들고 바느질로 마음공부를 하며 현재는 충남 서산에서 전원카페 ‘흰 당나귀’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