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순간에 머물러 있는 꽃을 채취해야
숱하게 많은 국화 품종 중에서도 차를 만들기 가장 적합한 것 중 하나로 ‘황어자’ 라는 품종이 있습니다.
황어자는 꽃의 크기가 비교적 작은 소국에 속하는데요, 요즘 나오는 십 원짜리 동전만 합니다. 번식도 잘하고 줄기마다 비교적 많은 꽃이 피어서 정원에다 심고 감상하기에도 손색이 없는데요, 개화 기간도 길어서 10월 말경부터 서리가 내린 이후까지도 노란 국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꽃이 그렇듯 황어자도 사람의 눈으로 볼 때는 꽃이 피고 질 때까지 늘 절정의 순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도 꽃이 절정에 머물러 있는 순간은 그리 길지 못합니다.
몽우리 상태의 꽃은 모양이나 향기가 부족하고, 이미 시들기 시작한 꽃은 꽃잎에 힘이 없어 꽃을 따거나 씻을 때 꽃잎이 낱장으로 떨어져 버립니다.
절정의 순간에 머물러 있는 싱싱한 꽃을 채취하는 것은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라 할 수 있는데요, 꽃이 피었다 하여 한 번에 많은 양을 욕심껏 채취하는 것보다는 줄기에서 솎아내듯 표나지 않게 채취하여 조금씩 수일에 걸쳐 만드는 것이 좋겠지요.
봄꽃과 달리 가을꽃은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꽃 색이 변하곤 합니다.
국화도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노란 꽃 색이 갈색으로 변할 수 있는데요, 꽃의 색깔이 변하면 우선은 색과 모양이 예쁘지 않기도 하지만 국화 특유의 향기도 사라져 버리기에 한번 꽃 색이 변한 국화는 골라서 버려야만 합니다.
꽃 색이 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는데요, 꽂을 찌는 시간이나 물과 꽃의 양 등에 따라서도 꽃의 색깔이 변할 수 있습니다.
찜기에 물을 붓고 면포를 덮은 후 물을 먼저 끓인 다음 수증기가 올라올 정도로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면포에 국화를 얹어 뚜껑을 덮고 찌게 되는데요, 이때 면포에 얹는 국화의 양은 서로 포개지지 않을 정도로 한 겹이 적당하고요, 찌는 시간은 대략 1분 정도면 됩니다.
1분이 지나면 불을 먼저 끈 후 10초 정도 지난 다음에 뚜껑을 열고 꽃을 꺼내어 채반에 널어 말리면 되는데요, 꽃을 꺼내어 말릴 때도 될 수 있으면 노란 꽃잎이 위쪽을 향하도록 하나하나 펼쳐 널어야 합니다.
대략 1분 정도 찌고 불을 끈 후 10초 정도를 뜸 들이라고는 했지만, 이 또한 불의 세기나 용기의 크기, 꽃의 양 등에 따라서 조금씩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 한두 번은 연습 삼아 만들어 보면서 감을 익히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꽃이 마르는 중간마다 꽃잎이 채반에 붙어 상하는 일이 없도록 수시로 뒤적여주고 다 마른 국화는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했다가 기호에 따라 국화의 양을 조절해 가며 수시로 우려 드시면 됩니다.
하루가 다르게 날이 차가워지는 계절입니다.
정성 들여 만든 국화차 한 잔으로 몸과 마음이 따뜻한, 건강한 계절 보내시기를요.
이용성
1968년 전북 대야 출생.
쓴 책으로는 '야생초 차 –산과 들을 마신다'가 있다.
철 따라 야생초 차를 만들고 바느질로 마음공부를 하며 현재는 충남 서산에서 전원카페 ‘흰 당나귀’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