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을 마신다’ - 이용성의 야생초 차 이야기
이른 아침부터 마당과 텃밭의 풀을 뽑습니다.
정확한 이름까지는 알 수 없어도 하도 많은 날을 풀들과 지내다 보니 눈에 익은 풀들에서부터, 허구한 날 풀들을 뽑았음에도 여전히 낯선 풀들까지 종류도 크기도 생김새도 참으로 다양합니다.
엉덩이를 땅바닥에 붙이고 기다시피 풀을 뽑아도 뒤돌아서면 다시 풀들이 보이고 며칠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풀들은 다시금 그 자리에 원상복귀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상에는 약 38만 여종의 식물이 살고 있고, 그중 우리나라에는 8천여 종 정도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중 어떤 것은 식용이나 약용 혹은 관상용으로 쓰이며 사람에게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더러는 독초나 잡초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홀대를 받기도 합니다.
오로지 사람의 기준으로만 본다면 크기나 생김새 열매의 유무에 따라서 식물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사실 잡초라 불리는 식물들도 때가 되면 꽃이 피고 꽃이 지면 그 자리에 열매를 맺습니다.
단지 우리 사람의 기준으로 볼 때 이건 쓸모 있는 것 저건 쓸모없는 것, 하고 나누어질 뿐 식물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생존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고 어딘가에는 반드시 그 존재의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지요.
시골이 됐건 도시가 됐건 문 만 열고 나가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에서부터 산이나 들로 일부러 걸음을 해야 만날 수 있는 식물들까지 오랜 세월을 통하여 그 안전성이 검증되고 우리 인간과는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친숙한 식물들.
그 식물 중 일부를 곁에 두고 이왕이면 좀 더 근사한 방식으로 좋은 사람들과 같이할 수 있도록 적당한 방식의 가공을 거쳐 차로 만든 것을 야생초 차라고 합니다.
야생초 차를 만드는 재료 대부분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재배한 것이 아닌 야생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는 것들인지라 때를 맞춰 채취하고 채취한 재료를 찌거나 덖는 등의 과정을 거쳐 말리고 보관하는 등 어찌 보면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다소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그 수고로움이 아무리 크다 한들 계절에 따라 내 손으로 직접 채취한 재료로 차를 만들고 그 차를 내가 아는 좋은 분들과 같이 나누는 그 즐거움에 어찌 비할 수 있을까요.
굳이 먼 길을 나서지 않아도 되고 요란한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야생초 차의 주된 재료가 되는 제철 재료와 집에서 쓰는 깨끗한 그릇들 그리고 햇볕과 바람 거기에 사람과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만 있으면 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모양이 완벽하지 않으면 않은 대로, 맛이 일정하지 않으면 않은 대로 그것이 또 이야깃거리가 되고 그것이 또 큰 웃음을 안겨주고 더군다나 그것이 우리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챙겨 준다면 이만한 즐거움과 행복이 또 있을까요?
이미 많은 분이 알고 계시고 어쩌면 저보다 더 멋지고 근사하게 야생초 차를 만들어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계시겠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제가 알고 실천하는 범위 내에서 야생초 차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살랑살랑 부는 바람결 속으로 마음이 먼저 저만큼 훌쩍 앞서가고 있네요.
이용성
1968년 전북 대야 출생.
쓴 책으로는 '야생초 차 –산과 들을 마신다'가 있다.
철 따라 야생초 차를 만들고 바느질로 마음공부를 하며 현재는 충남 서산에서 전원카페‘흰 당나귀’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