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 야트막한 야산이나 농로를 걷다 보면 길 한쪽이 새까맣게 오디 열매로 물들어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나뭇가지마다 워낙 많은 열매가 열려서 주변에 어느 정도 크기의 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저절로 익어 떨어진 열매가 저렇게도 많은 것인데요.
지금은 누에를 치는 곳이 많지 않아 누에를 먹이기 위해 뽕나무 잎이 있어야 하는 곳도 드물지만, 예전에 뽕나무를 키웠거나 씨앗이 날아와 저절로 자라난 뽕나무에서 해마다 때가 되면 저렇듯 잘 익은 열매가 떨어지는 것이지요.
뽕나무의 열매인 오디는 보통 5월 말에서 6월 초 경이면 그 열매가 익는데요, 맛이 달고 식감이 좋아 많은 분이 즐겨 드시기에 요즘엔 뽕잎보다도 열매인 오디를 따기 위해서 뽕나무를 재배하는 곳이 더 많습니다.
오디뿐만 아니라 흔히들 뽕나무를 일컬어 뿌리에서 줄기 잎에 이르기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나무라고들 합니다. 부위별로 나무 전체를 약용으로 쓰고 어린잎은 나물로 먹거나 장아찌를 담기도 하며 열매는 생으로 먹고 술을 담거나 설탕에 재워 청을 담는 등 활용 범위도 넓습니다.
열매가 익기 전후나 열매가 익어 다 떨어질 즈음에 뽕나무 잎을 채취해서 그것으로 차를 만드는데요.
뽕잎은 당뇨나 고혈압 등에 좋은 약효가 있다고 합니다. 차로 만드는 뽕잎은 너무 여리거나 반대로 너무 억세지 않은 것으로 채취하는 것이 좋은데요, 잎의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 해졌을 때가 적당합니다.
주변 환경이 깨끗한 곳에서 자란 뽕잎을 채취해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물기가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느 정도 물기가 마르면 몇 장씩 포개어 대략 5mm 정도의 폭으로 뽕잎을 잘라 줍니다.
자른 뽕잎은 미리 달구어 놓은 프라이팬이나 솥에 넣고 덖어 주는데요, 프라이팬이나 솥은 기름기가 묻어 있거나 하지 않은 깨끗한 것으로 한 번에 덖을 수 있는 뽕잎의 양에 비례하여 너무 크거나 반대로 너무 작지 않은 것으로 선택합니다.
뽕잎을 덖을 땐 먼저 용기를 센 불에 달군 후 그 안에 자른 뽕잎을 넣어 순을 죽이는데요, 뽕잎의 순이 죽으면서 잎에 있는 수분이 빠지게 됩니다. 수분의 양이 적으면 덖는 과정에서 마르게 되지만 수분의 양이 많을 땐 깨끗한 천으로 용기에 생긴 수분을 직접 제거해 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뽕잎의 순이 죽고 용기에 고인 수분도 제거되었으면 꺼내어 채반에 널어 열기를 식혀 주는데요, 이때 가볍게 부채질을 하거나 선풍기를 틀어서 덖는 과정에서 생긴 열로 인하여 뽕잎이 익어 뭉개지지 않도록 빠르게 열기를 식혀 주어야 합니다.
식혀진 뽕잎은 용기에 넣고 다시 한번 더 덖어 주는데요, 이미 한 번 덖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 수분이 제거된 상태이기 때문에 너무 센 불에서는 뽕잎이 탈 수가 있으므로 두 번째 덖을 때부터는 중간 불 약한 불로 화력을 조절해가며 뽕잎이 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처럼 덖고 식히며 말리는 과정을 상황에 따라 서너 번 정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뽕잎에 있는 수분이 다 사라지고 손으로 만졌을 때 잎이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바짝 마르게 되는데요, 채반에 널어 열기를 식히고 하루 정도 바람 통하는 볕에 더 말리거나 아니면 가정용 건조기에 넣고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수분을 완전히 제거해 준 후 밀폐 용기에 담아 건조한 곳에 보관하시면 됩니다.
뽕잎 차는 습기를 쉽게 빨아들여서 공기 중에 장시간 노출되었을 때는 눅눅해지기에 십상인데요, 눅눅해지면 맛이 변하고 자칫 벌레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수시로 상태를 확인하고 처음부터 냉장고에 따로 보관하여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찻잔이나 머그잔 등 편안한 용기에 뽕잎 차를 기호에 따라 적당히 넣고 그 위에 뜨겁게 끓인 물을 부은 후 약 1~2분 정도 지나면 뽕잎 차가 우러나게 되는데요, 한 잔씩 우려 드시거나 한꺼번에 많이 우려낸 후 식혀 냉장고에 넣고 차갑게 드셔도 좋습니다.
뽕잎을 채취해서 다듬고 씻은 후 덖어서 말리기까지 그 과정과 수고로움이 만만치 않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만든 차를 마시는 그 순간의 만족과 즐거움 또한 절대 적지 않을 것입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로 간간이 부는 선선한 바람이 싫지 않은 날, 좋은 사람들과 직접 만든 뽕잎 차 한 잔 나누기 딱 좋은 오늘입니다.
이용성
1968년 전북 대야 출생.
쓴 책으로는 '야생초 차 –산과 들을 마신다'가 있다.
철 따라 야생초 차를 만들고 바느질로 마음공부를 하며 현재는 충남 서산에서 전원카페‘흰 당나귀’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