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을까.

칼럼ㆍ기획

꽃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을까.

인간사 만큼 다양한 꽃 이름과 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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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향기는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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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제라늄, 란타나, 페츄니아, 붓들레아, 삭소롱 ...

올해 봄날 모종을 구해 화단에 심었던 화초들 이름이다백일홍, 바늘꽃, 도라지 붓꽃, 향등꼴풀, 버들마편초 같은 우리말 이름도 있지만 대체로 이국적인 이름을 한 것으로 미뤄 주로 세계 각지의 원산지에서 수입된 것들로 짐작된다.

 

이름이 다르듯 어떤 꽃들은 봄날 잠시 꽃을 피우다 시들고 말고, 수국처럼 어떤 꽃은 여름철 뜨거운 태양에 맞서 고개를 내민다. 가을에 구입한 국화를 비롯 화려한 가을꽃들은 높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구름처럼 피어난다.

 

마당에 피는 작은 화초들부터 나뭇가지에서 꽃봉오리를 맺는 꽃들까지 야산과 들판에 사시사철 제각기 자신의 계절을 찾아 피고 지는 수많은 꽃들을 보면 신비롭기만 하다. 다양한 색깔과 모양 그리고 향기로 사람들을 매료하는 꽃들은 식물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것이라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있어 꽃의 종류가 얼마나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백만종에 이르는 꽃들마다 누가 어떻게 어떤 이유로 이름을 달아주었는지도 궁금하다. 아직 이름모를 꽃이 남아 있을까.

 

꽃의 특성과 모양, 발견지 등을 고려해 명명된 꽃 이름과 꽃말은 인간사만큼 실로 다양하다.

도종환 시인이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접시꽃 당신이란 시에 나오는 접시꽃의 꽃말은 애절한 사랑이라고 하니 시인의 애달픈 심정이 더욱 느껴진다.

조용필의 노래 서울 서울 서울의 노랫말 중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이라는 가사에서 베고니아의 꽃말은 짝사랑이고, 이문세의 노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의 첫 구절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에서 나오는 라일락의 꽃말이 젊은 날의 사랑이라고 하니 노랫말을 지을 때 미리 꽃말을 염두에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꽃을 속과 종으로 분류해 체계적으로 이름을 달기 시작한 것은 근대 학문이 피어난 17세기 유럽에서고, 꽃말은 18세기 낭만주의 영국 문단과 사교계에서 꽃으로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매일 꽃들을 마주하면서도 꽃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누군가 꽃 이름을 물을 때마다 더듬거리기 일쑤이고, 비슷하게 생긴 꽃들을 보면 구분도 힘들다. 관심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일일이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붉고 노란 꽃들이 주는 생명의 아름다움은 날이 갈수록 가슴에 진하게 맺힌다.

 

살아오며 만난 숱한 인연들의 이름도 기억 저편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이제 하나 둘 이름들이 사라지고, 꽃말처럼 애틋했던 사연이 주던 설렘도 메말라 가고 있다. 나이 탓일 것이다. 일일이 이름을 기억할 수 없겠지만 그 인연들이 남긴 향기들은 그리움으로 내 영혼을 더욱 짙게 물들일 것이다.

 

햇살 좋은 가을날 뜨락에 피어난 꽃들은 자신의 이름이나 꽃말을 알지 못한다. 꽃을 찾아 날아들 나비와 벌들을 위해 생명의 춤을 출 뿐이다. 꽃들처럼 이름과 꽃말을 벗어 던지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 너풀너풀 춤을 추고 싶은 계절이 찾아왔다.

 /선돌 최헌 (시티팜 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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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석송
아까운 10월의 가을 시간이 다 지나기 전에 더 많은 햇살과 자연을 누리려고 열심리 다니고 있습니다.
미필
선돌 최헌 사장님의 사랑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자연과 벗하며 세상을 관조하는 님의 미(美)의식에 감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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