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 사월 돌아오면

칼럼ㆍ기획

꽃피는 봄 사월 돌아오면

봄날 그대가 있어 참 좋다

시티팜뉴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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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 그 평범함의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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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 사월이 다시 찾아왔다. 해마다 봄을 맞지만 봄은 늘 마치 처음인 듯 설레인다. 마을 옆 강가에 핀 노란 산유화가 봄소식을 알리더니, 한웅큼씩 탐스럽게 피던 하얀 목련은 어느새 매서운 봄비에 속절없이 지고 만다. 그러나 신록의 계절을 맞아 날로 푸르러 가는 산기슭에는 분홍빛 진달래와 노란 개나리가 무리 지어 피어나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위로 하얀 벚꽃이 황홀한 봄을 연출하고 있다. 

 

마당에서도 봄꽃들은 햇살 사이로 터질듯한 꽃망울을 부끄러이 끌어안고, 과실나무들은 가지마다 빼곡히 돋아나는 새순으로 나날이 푸르러지고 있다. 화단 주변에 심어둔 수선화가 일찌감치 샛노란 꽃을 피워 유치원생들처럼 줄지어 재잘거리고, 화분의 튜울립들은 수줍게 분홍빛 꽃망울을 하나씩 터뜨린다.

 

아침이면 밝은 봄 햇살이 반가워 겨우내 묵혀둔 호미를 꺼내 텃밭과 화단의 흙을 도닥이고, 꽃들을 이리저리 옮겨심으며 하루해를 보낸다. 4월이 오기 전 모종을 구해 심어둔 어린 상추들은 잦은 봄비에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함께 상추씨를 구해 뿌려둔 텃밭에도 새순이 빼곡히 고개를 내밀고 신기한 듯 세상 구경에 한창이다. 마당 곳곳에는 일찌감치 잡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일부는 이름 모를 작은 꽃을 피우며 봄맞이에 동참한다. 예쁜 정원을 가꾸고 작물을 키우기 위해 뿌리가 굵어지기 전에 잡초들을 뽑아내야겠지만 아직은 이른 봄. 잡초들에게도 찬란한 생명의 환희를 즐길 시간을 나눠주고 싶다.

 

사실 잡초는 없다. 모두 우리의 산과 들에 아주 오래전부터 자생해 온 야생초들이다. 씀바귀, 개망초, 토끼풀, 질경이, 고들빼기, 쇠비름, 별꽃 등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지니고 약용이나 식용으로 사람들을 키워 온 소중한 식물들이다. 단지 번식력이 강해 다른 식물을 자라지 못하게 하거나 너무 흔하고 평범해서 관심을 갖지 않고 있을 뿐이다. 장미나 튜울립 처럼 정원에서 사랑받는 화려한 화초들은 사람들의 기호나 시류에 맞춰 오랜기간 품종 개량을 거친 변종 외래종인 경우가 많다. 


잘나고 못났다는 것, 화려하고 평범하다는 것은 모두 우리의 주관적 판단일 뿐인데도 우리는 편견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인공적인 것이 야생을 몰아내듯 사람사는 세상에도 물질이 정신을, 육신이 영혼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작고 평범한것이 주는 위대한 힘을 잊고 산다. 문득 잡초들 사이 혼자 보랏빛으로 단장하고 구석진 곳에 앉아 멀찍이 나를 지켜보는 제비꽃에서 생전 어머니의 고운 눈길이 그리워진다.

 

봄을 애찬하는 노래가 참으로 많다. 학창 시절 즐겨 불렀던 우리 가곡 ‘4월의 노래에서 박목월 시인은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4월을 빛나는 꿈의 계절’,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이라고 노래했다. 그러나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 했던가. 잡초는 모진 생명력으로 끊임없이 피고 지지만 화려한 매화나 목련은 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지고 만다. 만개한 벚꽃도 4월 한달을 못 넘기고 봄바람에 흩어질 것이다. 봄날은 그렇게 우리 곁을 속절없이 떠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꽃피는 봄 사월 돌아오면내가 있게 한 그대가 문득 그리워 문밖을 나선다. 봄날 그대가 있어 참 좋다. / 선돌 최헌 (시티팜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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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PNSH
어떤 시인은 봄비가 자주 내리면 지금보다 더 많은 기억의 줄기들이 꽃을 타고 내릴텐데 하던데, 요즘 봄비가 묘하게 많은 기억들을 가져 오려나 봅니다.
미필
선돌님!
봄은 발 아래를 잘 살펴야 하네요.
섬세한 선돌님의 눈살미 덕분에 봄을 한결 정겹게 그리고 생동감 있게 체험합니다.
새싹 풀잎에 포시럽게 돋아난 솜털 위에 맺힌 영롱한 빗방울이 산들바람에 춤을 추네요.
초벌 정구지 전에 막걸리가 생각나네요. ㅎㅎ
風竹軒
'잡초'는 없다. 명쾌합니다.
선돌 발행인의 글에서 내용의 흐름이 봄날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됩니다. 해마다 때에 맞게 자신을 보여주는 꽃들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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