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살림’, 1만5천여 조합원 다양한 활동 펼쳐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지는,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꿈꾸며 달려 온 ‘부산한살림’이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밥상 살림, 농업 살림, 생명 살림’을 기치로 내건 한살림운동은 1986년 12월 서울 제기동에 ‘한살림 농산’이라는 자그마한 쌀가게에서 시작됐다. 카톨릭농민회장을 지낸 인농 박재일 농부(2010년 작고)가 산업화로 위기를 맞고 있는 농업을 살리고 살아있는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기 위해 문을 연 ‘한살림 농산’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한살림운동이 확산돼 현재 전국 30개 지역 한살림에 88만여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부산한살림’은 1990년 5월 당시 ‘한살림선언’을 통해 생명사상을 전파한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영향을 받은 부산대 오상훈, 채희완 교수 등 부산의 문화운동가 중심으로 ‘부산한살림 공부모임’이 만들어지고, 그로부터 3년 뒤인 1993년 7월 부산 금정구 선동에 사무실을 마련, 지역물류와 독자물류를 지향하는 ‘부산한살림공동체’로 발족했다.
1993년 12월 창립총회를 가진 부산한살림공동체는 친환경물품 유통을 위한 조직을 넘어서‘우주와 생명의 이치를 인식하는 경천(敬天),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공경하는 경인(敬人), 만물을 중히 여기는 경물(敬物)’을 실천하는 생활 공동체를 만드는데 뜻을 모았다.
부산한살림은 이후 자치와 자급, 자립의 원칙을 세우고 이에 기반한 지역물품, 지역물류 운동을 펼쳐왔다. 2000년 5월 생활협동조합 법인으로 전환한 부산한살림은 기후위기 대응, 탈핵 등 사회 현안에 대해 생명의 소리를 내어왔으며, 2021년부터는 ‘돌봄’을 주요 의제로 삼고 지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2010년 부산 금정구 두구동에 2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확보한 부산한살림은 현재 1만5천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으며, 유기 농,축산물을 비롯 친환경세제 등 각종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3천여 품목을 공급하며 년간 1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다른 지역 한살림이 매출 정체 현상을 겪고 있는 반면 부산한살림은 친환경 유기농산물 및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환경과 생태에 대한 조합원들의 투철한 소명의식 등으로 해마다 5~1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부산한살림을 비롯한 한살림연합은 전국적으로 2천3백여명의 생산자가 공급하는 물품에 대해 한살림연합 산하 한살림 농식품분석센터에서 잔류농약 및 중금속, 방사능 항목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거쳐 물품을 공급한다.
그러나 환경과 지역 공동체를 중시하는 부산한살림의 물품정책은 더욱 까다롭다.
우선 일체의 방사성 물질은 허용 기준치와 관계없이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식량 주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수입산 및 수입산을 이용한 물품도 취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 연합물품 중 명태, 카카오, 커피 등이 들어간 빵과 수입산 콩을 사용한 콩기름 등도 취급하지 않고 있다. 환경 파괴를 야기하는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소고기는 2개월에 1회, 돼지고기는 3개월에 한번만 공급하고 있다.
특히 창립이후 지역 공동체와 독자물류를 주장해온 부산한살림은 연합물품과 별도로 부산과 경남, 전남지역에서 한살림 정신을 실현하고 있는 100여명의 소농 생산자와 함께 700여개 물품을 직거래 형태로 두구동 물류센터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부산 한살림은 구서 매장을 비롯 해운대, 화명, 용호, 명지 매장 등 5곳의 한살림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고 12월 중으로 사직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부산한살림의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초기출자금 3만원과 가입비 3천원을 납부하면 된다. 조합 가입후 온라인 장보기(쇼핑몰) 또는 주문전화로 주 2~3회 자택으로 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고, 매장은 언제든 방문하여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부산한살림은 의결기구인 대의원 총회와 이사회 산하에 물품위원회 등 4개 위원회를 구성해 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이중 물품위원회는 물품선정, 생산지 방문 등 물품과 연관된 활동을 하고, 생명학교위원회는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명의 가치와 자립, 농업과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교육을 맡고 있다.
이밖에 식생활 문화위원회, 돌봄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식생활교육과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지역별 조합원 모임을 통해 생활을 함께 나누고 한살림 가치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관심 분야별 10여개의 소모임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부산한살림은 1998년부터 해마다 ‘생산자와 소비자 만남의 날’ 행사를 통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친환경 농산물품을 생산하고 있는 생산자들을 섬기는 자리도 마련하는 등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구동 물류센터의 부산한살림 엄주영 사무국장은 “이윤추구나 외연 확장 보다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한살림 정신을 지키고 보급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조합을 운영하고 있으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산되면서 사업 규모가 늘어나고 이와 함께 다양한 생각을 가진 조합원도 증가함에 따라 경영 및 이해관계의 조정에 애로를 느낄 때가 많다”며 “처음 한살림운동 선언을 접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언론인 출신인 부산한살림 장병윤 이사장은 “부산한살림은 외형적으로 유기농산물을 판매하는 친환경유통 사업체이지만 내실은 산업화로 붕괴되고 있는 농촌과 농업을 살리고, 각종 화학물질로 죽어가는 밥상과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환경을 살려보려는 열정과 신념을 위한 공동체”라며 부산한살림에 대한 시민들의 올바른 이해를 기대했다.
지구환경과 생명을 지키고, 자립과 자치의 인간다운 삶이 어우러진 세상을 만들어 가려는 ‘부산한살림’의 꿋꿋한 발걸음이 더욱 빛나길 바란다. / 시티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