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 가운데 소나무 처럼

현장취재

들 가운데 소나무 처럼

올드 보이 방송인 이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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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바다 내음이 느껴지는 기장이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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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구 송정에서 기장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부산 기장군 기장읍 내리 내동마을 입구의 부부농장이란 예쁜 간판을 한 농장에는 부산 방송계의 원로인 야송(野松) 이영구 아나운서(78)가 살고 있다.

 이 국장은 40년 가까이 아나운서와 앵커로 활동하고 퇴임 후에도 여전히 프리랜스로 TV와 라디오를 오가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올드보이 방송인이다.


 이 국장은 부산문화방송 아나운서 부장을 거처 1997년 개국한 부산불교방송 총괄국장을 역임하는 한편 1997년 IMF로 어려운 시기에 불자들과 함께 설립한 ()한국불교자원봉사회 이사장, 부산 장애인 총연합회 후원이사 등 사회 봉사활동에도 앞장서 후배 언론인과 지역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한동안 방송계를 떠나있던 이 국장은 전통가요인 트롯 붐을 타고 3년전 부산 MBC-TV에서 흘러간 가요를 소재로 인기리에 방영된 왕오전축국전26개월간 진행했으며, 지난 614일 첫 방송을 탄 부산 MBC 라디오의 오후 만세프로에서도 노래 실은 꽃 마차코너를 맡아 특유의 구수한 입담과 정감어린 목소리로 청취자를 맞고 있다.


 경남 거제 동부면이 고향인 이 국장은 통영과 대전에서 중, 고교시절을 보내고 동국대에 진학해 방송부에서 활동하며 방송인의 꿈을 키우다 1972년 문화방송 아나운서로 입사해 50여년이 흐른 지금도 마이크를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랜 타향살이와 바쁜 방송일 가운데서도 마음은 늘 어릴 적 소먹이고 농사짓던 고향의 풀 내음과 파도 소리를 잊지 못했다.

 

 화려한 방송 생활이 주는 허전함을 달래줄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골 생활을 모색하던 이 국장은 자신과 같은 꿈을 꾸던 아내와 지리산 청학동에 농장을 마련하기도 했으나 아무래도 집과 가까운 곳이 좋을 것 같아 2002년 당시 자신의 거주지가 있던 부산 북구 화명동 인근의 경남 김해 대동면에 밭 900평을 매입해 도시농부로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국장은 아내와 함께 처음에는 무화과 나무를 심었으나 주변 전문 농가의 도움을 받아 하우스를 짓고 블루베리 농장을 조성해 13년간 수확철이면 친지 등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며 도시농부의 삶을 만끽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농사일이 버거워지고 거주지도 고향 바다를 닮은 부산 기장군으로 옮기면서 김해의 블루베리 농장을 처분해 2016년 마침 거주지와 가까운 기장읍 내동마을 입구에 매물로 나와 있던 밭 500평을 포함한 임야 5천평을 자신의 전 재산을 들여 매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 국장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의 이곳에 아내와 함께 출근해 7년째 밭을 일구고 야산의 잡목 등을 정리해 현재 부부농장에는 500평의 밭에 고추, 상추 등 10여종의 과채류가 풍성하게 자라고, 농장입구에서 농막으로 향하는 100m 가량의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산기슭에는 보랏빛 수국들과 장미, 무궁화 등이 7월의 뜨거운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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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국장은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거의 매일 이곳에서 밭 작물과 화초를 가꾸고, 농장을 지키는 애견인 장군이를 돌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국장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 야산을 배경으로 멀리 기장 앞바다가 어른거리는 이곳에 들어서면 거제도 고향 마을에서 보낸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기분이라며 집에서 농장을 오가는 꾸준한 걷기 운동과 농장일 덕분인지 스트레스뿐 아니라 지팡이를 짚고 다닐 정도로 심했던 척추 협착증도 사라진 것 같다며 농장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여러 단체와 봉사활동 등으로 분주하게 살아왔으나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복잡한 사회생활이나 대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힘들어 불필요한 모임을 줄이고 있다는 이 국장은 농장에서 자연과 어울려 지내는 시간은 무념무상 수행의 과정으로 마음이 편안하고 평화롭다며 고독한 노년의 시간들을 소중히 받아들였다. 


고교시절 친구들과 아호를 지어 부르면서 들판에 당당히 서 있는 소나무를 연상해 야송(野松)을 아호로 정했는데 세월이 지나 노년에 내가 찾은 곳이 소나무 우거진 이곳이 될 줄 몰랐다는 이 국장의 소박한 미소에는 오랜 타향살이 속에서도 방송인으로서의 지조와 품격을 지켜온 아름드리 소나무 한 그루가 석양 빛을 받아 더욱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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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MBC-TV에서 방영된 '왕오전축국전'에서 초대손님인 가수 박일남과 함께한 이영구 아나운서

 /시티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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