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애란 문화의 발상지
부산 기장군 철마면 송정리 입석마을에는 기품을 지닌 고고한 자태로 옛날부터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 온 난(蘭)을 재배하는 ‘난동네’가 자리해 애란인(愛蘭人)들 사이에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4년간 (사)부산 난연합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난 보급에 앞장서 온 ‘난동네 춘란배양장’ 이상봉 대표(61)가 자비를 들여 지난 2015년 570평 규모로 조성한 춘란배양장에는 다양한 품종의 한국 춘란 1천여점이 자라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던 30대 초반부터 30년 가까이 취미생활로 난 가꾸기에 몰두해 온 이 대표는 이곳 4개동의 대형 하우스에서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춘란의 매력에 빠진 애란인들과 함께 수많은 전시회와 등록 품종 중에서 익히 알려진 우수한 품종및 발전 가능성이 높은 무명품 등을 수집하여 함께 연구하고 배양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면서 각자의 개성을 지닌 애란인들과 취미나 작품활동, 부업으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대표는 이처럼 자연환경에 민감한 난 재배를 위해 반자동 급수 및 차양 시설 등을 갖춘 배양장을 활용해 자신이 직접 채취한 자생란을 비롯 좋은 품종을 갖고 있는 애란인 및 유통상인을 통해 입수한 종자와 난우들이 가져온 품종을 함께 어울려 재배하며 지란지교를 나누는 한편 배양장 일부 시설은 회원들에게 실비를 받고 분양해 가정에서 난 재배가 힘든 회원들을 대신해 난들을 괸리해 주고 있다.
이 대표는 전국의 각종 난 전시회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해 특별대상을 수상하는 등 전국에서 열리는 난 전시회에 회원들과 함께 참가해 난을 감상하고 연구하는 애란인으로, 그동안 꾸준한 품종 개량 작업을 통해 한국 난 등록협회에 모두 8종의 난을 자신의 이름으로 명명해 등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과 중국, 일본 등지에서 주로 자생하는 야생난을 우리나라에서 취미로 키우기 시작한 것은 불과 40여년전인 1970년대 말로 부산을 중심으로 일부 부유층에서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재배해 온 고가의 동양난을 들여오면서 부터이다.
그러다 20여년전부터 애란이들의 인터넷 사이트 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가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난 재배가 활성화되기 시작해, 일부에서는 억대를 호가하는 희귀 야생란을 구하기 위해 야산을 뒤지는 등 고상하고 건전한 취미활동이 돈을 버는 수단으로 변질되는 경향이 우려되기도 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현재는 거래가 침체해 난 가격이 하락한 상태이나 코로나 이전에만 해도 색상과 모양이 귀한 난은 한 촉에 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해 국내에서는 실생(實生) 배양 등을 통한 신품종 개발과 야생난 채취 활동 등으로 2,000여종의 난이 신규로 등록될 정도로 붐을 이루기도 했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승진 선물 등을 위해 꽃집에서 구입해 선물하는 10만원 안팎의 동양란은 거의 중국과 대만에서 조직배양 등 대량 번식 과정을 통해 재배한 한란 등을 수입한 것으로 야생란을 채취해 수년 동안 정성을 들여야 모양을 갖출 수 있는 자생 원종을 밀생한 한국 춘란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다음 카페에 ‘난동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 대표는 현재 (사)한국난연합회 자문위원겸 교육위원장으로 내년 봄 부터는 춘란 배양장에 마련된 교육장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난 교육 강좌를 개설을 준비하는 등 난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드러내고 있다.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매주 지인들과 야생란을 찾아 인근 산을 찾고 있는 이 대표는 “난을 키우는 것은 생명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자연예술활동이자 인내와 자족, 희생을 배워가는 자기 수양의 취미활동”이라며 앞으로 건강한 애란 문화 확산을 위해 입문자 및 관리지도자 교육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최근 경남 합천군에서 귀농정책의 일환으로 난 재배단지 조성을 전폭 지원하고, 전남 나주군 등에서는 난 전시회 확대를 모색하는 등 난 재배에 대해 지자체 차원에서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나라 애란 문화의 시발점인 부산에서도 애란인들을 중심으로 난 문화가 새로이 부흥해 관련 원예산업 발전과 함께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길 기대했다.
인근 금정구 남산동에서 매일 아침 아내와 함께 출근해 자식같은 난들을 돌보며 하루를 보내는 이 대표의 난 동네에는 정성어린 손길이 깃든 각양각색의 춘란들이 화려한 봄날의 무대를 기다리며 저마다의 은은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시티팜 뉴스